A상무와의 코칭 대화입니다.
“리더십 평가를 보니 상무님이 화를 심하게 내실 때가 있다는 코멘트가 몇 개 보입니다.”
“제가 욱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분노 조절 장애가 좀 있는 거 같습니다.”
“그러시군요. 그럼 상사에게도 화를 낼 때가 있으신가요?”
“아뇨. 어떻게 윗분에게 화를 내겠습니까? 윗분에게 화를 낸 적은 없습니다.”
“분노조절 장애가 있다고 하셨는데 조절이 잘 되시네요. 윗분에게는 화를 내지 않으시니 말입니다."
"(묵묵부답...)"
A상무는 왜 부하에게는 화를 내면서 상사에게는 화를 내지 않을까요? 실제로 화를 잘 조절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조절하지 못한다고 착각하고 있을까요? 화를 조절하고 있다면 윗분에게는 화를 내지 않고 부하직원에게는 화를 내기로 결정한 것일까요?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인 하지현 교수의 말입니다.
''분노 조절 장애'라는 진단명은 없다. 언론이 만든 말일 뿐이다. 충동이나 분노를 잘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여기에 '분노 조절 장애'라는 진단명을 붙이고 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분노 조절 장애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간혹 있습니다. 분노 조절 장애는 의학 상의 진단명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걸 알았던 몰랐던 자신의 행동에 어떤 명칭을 붙이는 것은 자신의 행동을 일종의 공식화하는 일입니다. 즉, '나는 그런 사람이다.'라고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말의 이면에는 '그러니 받아들이라.'는 의미가 숨겨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화가 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가치관이 공격을 받거나 기대가 무너질 때 화가 납니다.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온화한 미소로 만인에게 축복을 내리시는 바티칸의 교황님도 화가 날 때가 있을 것입니다.
'화가 나다'가 감정의 발생이라면 '화를 내다'는 감정의 표출입니다. 화가 나는 것이 제어하기 어려운 본능이라면 화를 내는 것은 의지입니다. 그래서 교황님은 화가 나는 일이 있다고 해서 매번 화를 내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반면에 화가 날 때마다 화를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화를 다스리시는 교황님과 화가 날 때마다 화를 내는 사람의 결정적 차이는 바로 선택(choice)입니다. 교황님은 화가 나지만 화를 내지 않기로 선택했고, 매번 화를 내는 사람은 그렇게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화가 났지만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나는 이 상황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을 존중한다." 는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A상무는 상사에게는 화를 내지 않기로 선택했고 부하직원에게는 화를 내기로 선택했습니다. 즉, 상사는 존중하지만 부하직원은 존중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A상무가 교황님에 가까이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화가 나다'와 '화를 내다' 사이에 한 박자의 장단을 두면 됩니다. 사무실에서 장단을 칠 수 없으니 호흡을 한 번 크게 하십시오. 호흡하면서 화를 내는 것이 일에 도움이 될지 생각해 보십시오. 때로는 화를 내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화가 나지 않았는데도 화를 내는 척하는 리더도 있으니까요.
정신의학자인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 리더십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탁월한 리더가 되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만드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