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대표님이라고 하세요.”
신입사원 교육 때 인사팀 선배가 박아무개 사원에게 일러주었다
“왜요? 사장님이시잖아요.”
“우리 사장님은 사장이 아니라 아직 부사장입니다.”
“!@#$%^...”
사장은 회사의 장(長)을 칭하는 말이지만 직급이기도 하다는 걸 박사원은 그때 배웠다. 아직 회사의 법칙을 익히지 못한 새내기는 잘 모를 얘기였다.
박사원은 무럭무럭 자라서 대리가 되고 과장이 되고 차장이 되고 부장이 되고 상무보와 상무를 거쳐 전무가 되었다. 일을 잘 했는지 시킬 사람이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박전무는 전무 2년차에 대표이사가 되었다. 직급은 올라가지 않아서 그대로 전무였으니 '대표이사 전무'가 된 것이다.
승진한 박대표는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새 명함에 인쇄할 직함을 생각하면서 기분이 나빠졌다. 그의 공식 직함은 ‘대표이사 전무’이니 사실 그렇게 인쇄하는 것이 맞았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기는 싫었다. 없어 보이지 않은가 말이다. 쎄보여야 할 판에 낮아 보이는 직함이었다. 그래서 그냥 ‘대표이사' 라고 하라고 지시했다. ‘대표'도 아니고 ‘대.표.이.사.’ 뒷면의 영어는 ‘Chief Executive Officer'라고 했다. 약자로 CEO가 아니었다. 쎄보였다.
인사팀에서 단속을 했는지 사내에서는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직원은 없었다. 그렇지만 외부 사람이 사장님이라고 부르면 괜히 기분이 찜찜했다. 자신은 사장이 아니라 전무니까. 그렇다고 사장이라고 부르는 사람에게 ‘저는 사장이 아니고 전무인데요.’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박대표가 대표가 된지 몇 년 후에 회사는 다른 그룹에 인수되었다. 주인이 바뀐 것이다. 다행히 박대표는 자리를 보전했고, 새 주인은 박대표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대표이사 부사장’. 그래도 명함에 그렇게 쓰기 싫었다. 아직 ‘대표이사 사장'이 아니지 않은가. 박대표는 명함의 직함을 바꾸지 않았다.
다시 몇 년이 지나 그 회사에서 퇴임한 박대표는 다른 회사의 대표이사가 되었다. 그곳에서도 박대표는 사장이 아니라 대표이사 부사장이었다. 결국 그는 상장사 두 곳에서 7년간 대표이사를 했지만 부사장으로 남았다.
박대표는 세상의 모든 회장님께 고하고 싶다.
“기왕지사 대표이사 시켰는데 그냥 사장도 시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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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제 지인인 박아무개 대표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버전입니다.
몇년 전에 후배가 대기업에서 일하다 전무로 퇴임했습니다. 편의상 홍길동 전무라고 하겠습니다. 퇴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홍전무라고 불렀더니 부탁이 있다고 하더군요. 앞으로 자신을 ‘홍대표'라고 불러달라는 겁니다. 창업할 예정이냐고 물었더니 아니랍니다. 대표라고 불리어 보고 싶기도 했지만,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은 자신의 삶의 대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는군요. 멋진 생각 아닙니까? 이후 저는 직장을 그만 둔 다른 여러 후배들을 부를 때 그냥 대표라고 부릅니다. 이전의 직함이 상무인지 전무인지 부장인지 생각 안하고 말입니다.
대표. 참 좋은 직함입니다. 회사를 대표한다는 의미니까요. 회사를 대표하면 되는 거지 상무면 어떻고 사장이면 어떻습니까? 그래도 박대표는 사장이라고 불리고 싶었나 봅니다.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네요 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