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경영 컨설턴트였습니다. 컨설턴트로 10년 동안 일하다가 A사의 상무로 옮겼습니다. A사에서 2년을 일하고 A사에서 다시 B사의 상무로 입사했습니다. B사 입사 직후에 다른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던 후배와 점심을 같이 했습니다.
“선배님, 축하드립니다. 꼭 전무 되세요.”
“전무? 아니, 사장이 아니라 전무? 전무까지만 하라고? 하하하…”
“그게 아니구요. 컨설턴트하던 친구들이 기업으로 옮길 때 상무급으로 많이 옮기잖아요. 그런데 이삼 년 일하고 그만 두고 다른 회사에 또 상무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다른 회사에 또 상무로 옮기고요. 형님은 꼭 전무 승진하시라는 거죠.”
후배의 말은 새로운 회사에 잘 적응해서 성과를 내고, 인정을 받으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성과를 올리고 인정을 받으면 승진은 따라올테니까요.
외부에서 영입된 임원이 조직에 적응하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조직의 문화와 관행에 대한 이해, 관계에 대한 현명한 처신과 함께 인내가 필요합니다. 후배의 말은 제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도 A사에 상무로 입사했지만 2년 만에 퇴사하고 B사에 상무로 입사한 것이니까요. 이후 힘들 때마다 ‘꼭 전무되세요.’ 하는 후배의 말이 생각나고는 했습니다.
1분기는 임원에게 변화의 시간입니다. 맡고 있던 자리에서 직급만 올라간 임원을 제외하면 많은 임원들이 자리에 변화를 겪습니다. 신임 임원, 다른 부서를 맡게 된 임원, 승진해서 업무의 범위가 넓어진 임원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변화가 가장 큰 임원은 외부에서 영입된 임원입니다. 조직 내에서 성장한 임원들과 달리 영입된 임원들은 무엇을 염두에 두어야 할까요?
첫째, ‘우리 사람’으로 인정 받아야 합니다.
새 직장에서 사람과 친해지고 업무에 익숙해지기 전에는 서먹서먹한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영입 임원이 가장 노력해야 하는 일은 ‘새로 오신 상무님은 우리 사람이구나.’ 하고 구성원에게 빠르게 인정받는 것입니다.
한 배를 타기 위해 영입 임원들은 소통에 많은 노력을 합니다. 구성원들과 면담도 하고 회식도 합니다. 다른 임원들과도 친해지려고 애씁니다. 소통도 중요하지만 작은 말버릇이 소통의 노력을 깍아내리기도 합니다. 영입 임원은 특히 아래 두 가지 말버릇을 조심해야 합니다.
먼저 주의해야 할 것은 바로 임원 자신이 다닌 이전 직장의 이름을 말하는 것입니다. ‘제가 X사에 있을 때…’ 또는 ‘X사에서 일할 때…’ 하고 말하는 것입니다.구성원으로 하여금 자신의 임원이 영입 임원임을 새삼 일깨워주는 말 버릇입니다.
물론 이전 직장을 입에 올리는 경우는 대부분 지금 직장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그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좋게 들리지 않습니다. 저도 직장을 여러 번 옮겼습니다. 친해지고 나서 한 팀장이 입사 초에 제가 전 직장 이야기를 하는 것이 듣기 싫었다고 고백하더군요.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하기 위한 것이었는데도 그렇더냐고 물었더니 알지만 싫었답니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렇습니다. 초거대 글로벌 기업에서 엄청난 경험을 쌓고 온 사람이 전 직장 이야기를 하면 잘난 척하는 것으로 들리고, 경쟁사나 고객사에서 온 임원이 전 직장 이야기를 하면 무시하는 것으로 들립니다. 하여간 듣기 싫어합니다. 따라서 전 직장의 이름은 요청받기 전에는 절.대.로.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역량과 경험을 높이 사서 영입이 되었는데 그 이야기를 하지 못하면 영입한 의미가 없어집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회사 이름 빼고 그냥 이야기하면 됩니다. 그래도 다 알아듣습니다^^
영입 임원이 조심해야 할 말버릇이 하나 더 있습니다. 입사 초기에 전 직장을 ‘우리는…’ 이라고 하거나 새 직장을 ‘여기는…’ 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설마? 그렇게 말하는 분들 많습니다. 물론 무심코 나오는 말입니다. 그러나 절대 피해야 하는 말버릇입니다.
제가 초짜 컨설턴트였을 때 일입니다. 제가 일했던 컨설팅 회사 대표님이 고객사 경영자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것을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대표는 발표 중에 고객사를 ‘우리’라고 지칭했습니다. X사가 고객사라면 ‘X사가 이렇게 해 왔던 것을…’이 아니라 ‘우리가 이렇게 해 왔던 것을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라고 했습니다. 저도 그랬지만 고객사 임원들도 순간 ‘’우리’가 어느 회사지?’ 하는 눈치였습니다. 자신들의 회사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표정이 밝아지더군요.
B사에 입사한 박 상무는 그 후에 어떻게 되었을가요? 저는 B사에 입사하고 2년 후에 전무로 승진했습니다. 승진 발표를 듣자마자 ‘꼭 전무 되세요.’ 라고 조언을 해 준 후배에게 전화를 해서 점심을 사겠다고 했습니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