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에 있을 때 새해를 맞으면 하는 일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한 해 읽은 책의 리스트를 정리하거나, 그간 뵙지 못한 분들과의 새해 모임 일정을 정하는 일 등입니다. 그 중 하나가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는 일이었습니다. 새해가 되면 회사를 그만 두고 싶었느냐고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박코치가 회사를 열 곳 이상 옮겨 다닌 ‘이직의 달인’이었다지만 회사 옮기는 게 연례 행사는 아니었습니다^^
코칭할 때 가끔 해 보는 것이 이력서 쓰기입니다. 특히 한 회사에서 성장한 임원들에게 이력서를 써보도록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력서를 쓴 게 언제인지 물어보면 고위 임원들은 대부분 입사할 때라고 대답합니다. 대충 30년 전입니다.
이력서를 써보자고 하면 다들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러면 저는 일단 '문방구 이력서' 스타일은 피하라고 합니다. 문방구에서 파는 이력서 양식의 항목을 채우듯이 쓰지 말라는 것입니다. 즉,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느 부서에서 어느 직급으로 일했다는 것만 담은 것은 경영자의 이력서가 아닙니다. 그 시절 입사 원서에는 그렇게 썼을지 몰라도 요즘은 신입사원도 학교 생활과 과외 활동에서 무엇을 했고 무엇을 배웠는지, 그것이 회사에 어떤 도움이 될지 구체적으로 기술합니다. 경영자의 이력서에는 꼭 들어가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첫째,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떤 일을 했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습니다.
직급과 부서보다 업무 내용이 더 중요합니다. 먼저 일상적으로 수행한 담당 업무가 무엇인지 씁니다. 특히 담당 업무를 개선했거나 전과 다르게 한 것이 있다면 그 내용은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또한 참여했던 프로젝트성 업무와 프로젝트에서 담당한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합니다.
둘째,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구체적으로 씁니다.
담당업무나 프로젝트에서 매출, 이익, 고객 수와 같은 지표를 몇 퍼센트 성장시켰는지, 조직의 규모와 인원은 얼마나 늘어났는지 숫자로 적습니다. 전과 다르게 일했거나 새로운 일하는 방법을 활용했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지, 업무나 프로젝트를 통해 내가 어떻게 얼마나 성장했는지, 경영자로 어떤 경험이었는지, 어떤 역량을 개발했는지에 대해 기술합니다. 성공한 내용만 쓰지 않아도 좋습니다. 실패한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도 좋은 내용입니다.
셋째,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을 담습니다.
취미나 특기는 무엇인지, 여유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어떤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지를 씁니다. 이런 내용이 리더의 인간미와 개성을 보여줍니다.
매년 이력서에 담을 내용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력서 업데이트가 주는 좋은 점이 있습니다. 일을 하고 있을 때나 완수했을 때 그 일이 내 경력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되돌아 보게 합니다. 올해 했던 일 중에 이력서에 쓸 만큼 의미있는 일이 있었는지,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이력서에 한 줄 더 추가할 만한 일인지,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다르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다 보면 일의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마치 사관들이 조선왕조실록에 어떻게 기록할지 염려하던 조선시대 임금님처럼 말입니다.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내 경력의 한 페이지를 채워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반드시 연초에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연초에 하는 이유는 제가 직장 생활을 시작한 날이 1월 15일이기 때문입니다. 올 1월 15일은 제가 신입사원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지 40년이 되는 날입니다. 올해의 이력서는 특별히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매년 이력서를 업데이트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이력서 업데이트는 회사를 옮길 때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나를 돌아보고 내가 성장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혹시 압니까? 몇 년 후에 정말로 이력서가 필요할 때 황급히 30년 전 기억을 더듬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요?^^
박찬구 코치 드림
chankoo.park@parkjam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