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라고 질문만 하지는 않습니다. 리더도 윗사람에게 질문을 받기도 하고, 아랫사람에게 질문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아마 아랫사람의 질문에 당황했던 적이 있을 것입니다. 아랫사람은 몰라서 묻기도 하지만, 리더가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을 묻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 ‘슬기로운 질문법’에 이어 오늘은 대답하는 요령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모르면 모른다고 하십시오.
모르는 것을 대답해 보려고 애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음의 답을 잘 모르는데 어떻게든 대답하려고 애쓰다보면 주변을 겉도는 말을 하게 됩니다. 마치 대학 시절 시험 때 모르는 문제에 온갖 관련 없는 이야기를 써댔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다 보면 '그래서 결론이 뭐야?' 하는 핀잔이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왜 리더는 모르면 모른다고 대답하기 힘들까요? 리더는 뭐든 알고 있어야 한다는 압박 때문입니다. 신입사원은 모르면 모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직급이 올라갈수록 모른다는 말을 하지 않게 됩니다. 리더는 똑똑하고 유능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에 시달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들키지 않으려고 중언부언 말이 길어집니다.
제가 대표이사일 때 회사에 임원이 20명 정도 있었습니다. 자신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받았을 때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는 임원은 딱 세 사람 있었습니다. 대표가 질문했는데 '잘 모르겠다.'고 하면 솔직히 김은 좀 샜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었고 정확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의 말은 신뢰했습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 하는 말은 신뢰감이 높아집니다. 모르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돌려 말하면 신뢰감만 떨어집니다. 한 번 떨어진 신뢰감은 그 사람이 아는 것을 말해도 ‘정말 그런가?’ 하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수지 맞는 장사입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십시오. 중요한 것이면 조사해서 말씀드린다고 하십시오. 생각을 해 보지 않은 것이면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하십시오. 생각해서 말씀드리겠다고 하십시오. 제대로 알아보고 제대로 생각해 보고 다시 이야기하면 신뢰를 얻습니다. 무능한 리더가 아니라 정직하고 성실한 리더로 보이게 됩니다. 부하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둘째, 반드시, 무조건, 결론부터 이야기하십시오.
두괄식으로 대답하십시오.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참을성이 없어집니다. 대답이 십리 밖에서 시작하면 듣는 사람의 숨은 거칠어집니다. ‘그래서 뭘 얘기하고 싶은 거야!’ 하고 속으로 외치게 됩니다.
무조건 결론부터 이야기해야 합니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면 후속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가부를 묻는 질문에는 예나 아니오를 먼저 대답합니다. 그 다음에는 이유를 대답하면 됩니다. '무엇'을 묻는 질문에는 그 '무엇'부터 대답합니다. 그 다음에는 '왜', '어떻게', '누가', '어디서', '언제'의 순서로 대답하면 됩니다. 간단하죠? 그런데 이게 참 안 됩니다. 배경부터 설명하고 싶고, 변명부터 하고 싶고, 면피부터 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니까요.
셋째, 자신 있게 대답하십시오.
상사의 질문은 모두 몰라서 물어보는 질문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상사가 자신이 아는 것을 모르는 척하고 묻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금 아는 것도 다 안다고 착각하고 회의 내내 혼자 떠들어서 문제입니다. 아는 것을 모르는 척하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상사가 잘 모르는 것을 가르쳐 드린다고 생각하고 자신 있게 대답하십시오.
저는 회사나 사업의 실적 숫자를 암기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회장이 숫자를 물어볼 때 정확하지 않은 숫자를 답한 적이 많습니다. 소위 통밥으로 대충 대답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면 거의 맞는 숫자였습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관심을 갖고 열심히 들여다보았기 때문입니다. 관심을 가지면 숫자도 머릿속에 이미지로 남습니다.
기억나지 않아도 자신을 믿고 통밥으로 대답하십시오. 반드시 끝자리까지 정확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확한 숫자를 모른다고 뭐라고 하는 상사는 그 사람이 문제이지 당신이 문제가 아닙니다.
조직에서 소통은 모든 것입니다. 소통은 질문과 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리더의 질문 하나가 구성원의 사고를 깊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리더의 대답 하나가 구성원과 상사의 신뢰를 쌓기도 합니다. 지난 주의 질문법과 이번의 대답법을 조합하여 ‘슬기로운 문답 생활’ 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