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상무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대해 대표이사께 보고할 날짜가 정해졌습니다. 보고자료를 만들어야 합니다.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팀장에게 지시합니다. 보고의 제목이나 주제만 줄 때도 있고, 구체적인 내용이나 메시지까지 이야기해 주기도 하면서 언제까지 얼마 정도의 분량으로 만들라고 지시합니다. 며칠의 작업을 거쳐 팀장이 보고자료 초안을 가져옵니다. 이후에는 무한반복의 수정과 보완입니다. 그 무한반복은 대표이사실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계속되기도 합니다.
보고자료를 만드는 것은 경영자의 중요한 일입니다. 일의 결과가 보고와 프레젠테이션으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획, 전략, 마케팅 같은 부서의 일의 결과는 문서, 즉 보고서입니다.
임원 자신이 직접 보고하거나 맡은 부서의 이름이 올라간 보고서는 임원이 직접 만들지 않았어도 임원이 만든 보고서로 여겨집니다. 보고자료를 보신 대표님이 ‘무슨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고 말할 때 ‘이 팀장이 만들었는데 앞으로 제대로 만들라고 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하지는 아니니까요.
임원 자신이 보고할 보고 자료를 팀장이나 담당자에게 만들게 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 할 일을 남에게 시키는 것입니다. 팀장에게 외주를 주지 말고 직접 해 보십시오. 임원이 직접 보고서를 만드는 것은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보고 자료를 만드는 시간이 오히려 적게 걸립니다.
팀장이나 담당자에게 보고자료를 만들게 하고 임원 자신이 다른 일을 하면 시간을 알차게 쓰는 기분이 듭니다. 그렇지만 팀장이 만든 중간 결과물을 훑어보면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발견하고, 수정을 지시하고, 수정한 것을 가져오면 다시 살펴보다가 수정이 잘못된 것을 찾아내고, (화를 참으며) 다시 고쳐오라고 합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정사항을 빨간 펜으로 하나하나 적어 주어야 할 텐데 그러느니 내가 직접 워드나 파워포인트를 열고 고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바로 그겁니다. 사무실 문에 면회 사절을 붙이고 집중해서 직접 만들어 보십시오. 팀장에게 시켜 놓고 다른 일을 하면서 팀장이 시간 맞춰 제대로 만들고 있는지 신경쓰다 보면 일도 제대로 되지 않고 정신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둘째, 보고자료 내용이 간결해집니다.
팀장이 만들어 온 보고자료는 왜 그렇게 쓸데없이 길고 장황할까요? 팀장과 담당자는 해당 업무를 직접 수행한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일을 상세히 설명하고 자랑하고 싶어 합니다. 대표님께 굳이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 세세한 내용이 포함되어 분량이 많아집니다. 이런 거 필요없지 않느냐고 임원이 말하면 그들은 그건 엄청 중요한 것이니 대표께 꼭 말씀드려야 한다고 합니다. 생각 같아서는 좍좍 그어버리고 싶지만 일한 사람에게 미안해서 보고할 때 그냥 건너뛰겠다고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지그시 눈을 감고 대표님이 프로젝트에 대해 알고 싶어하시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십시오. 그걸 질문의 문장으로 만들어 종이에 쓰십시오. 그리고 각 질문에 대한 세부 답변 내용을 만드십시오. 답변 내용을 입증하는 데이터는 팀장에게 조사해서 가져오라고 하십시오.
세째, 기획력과 창의력이 유지됩니다.
임원들도 팀장 시절에는 보고서도 잘 쓰고 아이디어도 샘솟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뛰어났으니 임원이 되었죠. 임원이 되고나서 보고서를 팀장에게 맡기다가 어쩌다 보고서 하나를 써 보십시오. 머리에 쥐가 납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문장도 두서가 없고 단어도 잘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창의력이 고갈된 거 같았습니다.
남이 쓴 보고자료를 리뷰하는 것은 창조가 아니라 비평입니다. 창조하기 위해 머리 쓰는 일은 비평하기 위해 머리 쓰는 일과 다릅니다. 직접 보고자료를 꾸준히 만들면 기획력과 창의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회사 오래 다닐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