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24 (2025. 07. 22)
“박 팀장을 미국법인으로 보내고 최 차장에게 후임 팀장을 맡겨도 괜찮을까?”
“좋은 생각이십니다. 최 차장은 업무 경험도 충분하고 후배 팀원들이 많이 따릅니다. 사실 리더십은 박 팀장보다 최 차장이 나을 겁니다.”
“그러면 박 팀장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는 걸로 합시다.”
김 대표와 이 전무는 미국법인의 주재원으로 결정된 박 팀장의 후임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습니다. 이 전무는 박 팀장을 불렀습니다.
“박 팀장, 자네가 주재원으로 가면 후임 팀장은 누가 좋을까?”
“글쎄요. 아직 준비된 친구가 없는 거 같습니다.”
“최 차장은 어때요?”
“최 차장이요? 그 친구는 일은 잘 하는데 후배들한테 좀 엄합니다. 아직 부족하다고 봐야 합니다.”
‘박 팀장의 생각은 다르구나. 정말 최 차장은 팀장 후보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걸까? 혹시 주재원에서 돌아온 후의 자신의 자리를 걱정하는 걸까?’ 이 전무는 생각했습니다.
큰 회사의 경우는 중요한 자리에 대해 후계자 계획(succession plan)을 수립합니다. 보직을 맡을 후보가 준비되어 있다는 것은 조직의 연속성 면에서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업은 후계자를 선정해서 해당 직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경험과 역량을 키워 나갑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많습니다) 이를 위해 인사부서는 현재 보직을 맡고 있는 임원이나 부서장에게 자신의 후계자를 추천해 보라고 합니다. 시키니까 하는데 기꺼이 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내가 승진하거나 다른 보직을 맡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내가 없어도 된다는 거 같고 기분이 묘합니다.
이런 요청을 받고 기분이 묘해질 때는 다음 두 가지를 생각해 봅시다.
먼저 후계자가 없다면 현재의 자리를 더 오래 지키거나, 회사를 더 오래 다닐 수 있을까요? 후계자가 없으면 자리를 오래 지킬 수 있는 것은 논리적으로는 맞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봅시다. 어떤 사람이 후계자가 될까요? 일을 잘 하는 부하 직원입니다. 후계자를 키우지 않거나 제거한다면 바보들만 데리고 일하게 됩니다. 따라서 일하기도 힘들어지고 성과도 나지 않습니다. 또한 부서장이 될 만한 잠재력이 있는 부하 직원을 속속 다른 부서로 보낸다면 아무도 나와 함께 일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후계자를 없애는 것보다 일 잘 하는 후계자를 키워서 성과를 내고 내가 승진하는 게 더 수지 맞는 일입니다. 즉, 후계자가 없으면 자리를 더 오래 지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얼핏 생각하면 맞는 말 같지만 멀리 보면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후계자가 있으면 내가 승진하거나 다른 중요한 보직을 맡을 기회가 많아질까요? 부서장 변경을 검토하거나 새로운 부서의 부서장을 정하는 회의를 할 때 쟁점이 되는 것은 준비된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어차피 준비된 사람이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어느 정도 준비된 사람이 있는데 이동을 시킬 수가 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동을 시킬 수 없는 이유는 어느 정도 준비된 사람이 현재 직무를 떠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만 그 직무를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회사에 그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 사람의 뒤를 이어 당장 그 직무를 맡을 사람이 없어서 그를 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즉, 후계자가 없으면 이동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후계자가 있으면 내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루저(loser)의 사고 방식입니다. 실력있는 후계자를 키워놓고 좋은 기회가 생겼을 때 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이렇게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장은 더 승진할 일이 없으니 후계자를 키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사장이야 말로 일 잘 하는 임원이 있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자리입니다. 또한 사장은 직무의 전문가가 아니라 경영자이기 때문에 대체할 후보가 은근히 많습니다. 회계팀장을 갑자기 생산팀장을 시킬 수는 없고 인사팀장을 개발팀장을 시키기는 힘듭니다. 그렇지만 재무 임원이 승진해서 사장이 될 수도 있고, 사업부장을 사장을 시킬 수도 있고, 공장장도 사장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왕이면 같은 비전을 갖고 손발도 잘 맞는, 일 잘 하는 후계자가 후임 사장이 되어 조직과 일의 연속성을 유지해야 내가 시작한 일을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고민하다가 딱부러지는 사장감은 없어도 웬만한 사장감이 여러 명 있으면 결국 회장님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에잇, 시키면 다 해!’ (*)
박찬구 코치 드림
chankoo.park@parkjam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