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21 (2025. 07. 01)
김 대표의 방에 인사팀 이 팀장이 들어왔습니다.
“대표님, 영업팀 A팀장이 목표 달성을 하겠다고 너무 밀어붙여서 팀원들이 힘들어합니다. 팀원이 7명인데 그 중 세 사람이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A팀장이 올 초에 팀장이 되었던가?”
“네. 그렇습니다.”
“신임 팀장이라 잘 해 보고 싶었겠지. 그럴 수 있겠네. 그런데 팀원들을 너무 몰아 부쳤나 보네. A팀장에게 피드백을 주어야겠는데?”
“영업부문장이 조언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지 제가 A팀장과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그 다음 주에 이 팀장이 다시 김 대표의 방을 찾았습니다.
“대표님, 이번에는 제품개발팀에 문제가 좀 있습니다.”
“무슨 문제인가요?”
“B팀장이 팀원들의 말에 전혀 귀기울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작은 사안에도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나 봅니다. 팀원들이 이제는 시키는 것만 하겠다는 분위기입니다.”
“B팀장은 이번 가을에 팀장이 되었죠? 그럴 수 있겠네.”
“그런데, 대표님. 지난 주에도 그렇게 말씀하시고 왜 맨날 그럴 수 있다고 하십니까? 팀장이 그러면 안 되죠.”
“초짜 팀장이니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어디 처음부터 잘 할 수 있겠어요? 그렇지만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연구소장한테 상황을 전달하고 잘 코칭하라고 하세요.”
이 팀장이 나간 후에 김 대표는 자신이 정말 ‘그럴 수 있다.’ 하는 말을 자주 하는가 보다 하면서 어떤 경우에 그 말을 쓰는지 생각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실수를 하거나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을 냈을 때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은 상대방의 실수나 생각을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즉, 상대방의 입장이나 취향을 이해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개구장이 아이들이 뛰다가 지나가는 사람의 발을 밟았다고 합시다. 같이 있던 부모가 발을 밟힌 사람에게 사과를 했을 때 그 사람이 ‘애들이 그럴 수도 있지요.’ 하고 말하는 경우입니다. 어른도 남의 발을 밟는 실수를 할 수 있으니 하물며 애들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그럴 수도 있다고 발을 밟힌 사람은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가거나 끝낼 수는 없습니다. ‘그럴 수 있다.’는 것은 상대방의 상황과 생각을 받아들인다는 이야기이지 계속 그런 일이 일어나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럴 수 있겠다.’고 이해만 해 주고 끝내는 것은 무책임한 것입니다. 김 대표는 부하 팀장이 업무상 문제에 대해 보고할 때 ‘그럴 수 있겠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잘 듣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런데 이해는 하지만 계속 그런 일이 용서받기는 힘들지.’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다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지 묻습니다. 팀장들은 그럴 때 참 얄밉다고 합니다^^
한편 잘못한 사람이 스스로 ‘그럴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뛰다가 지나가는 사람의 발을 밟았을 때 발을 밟혀 아파하는 사람에게 아이들의 부모가 먼저 ‘애들이 그럴 수도 있죠.’ 하고 말했다면 발을 밟힌 사람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받아들이기 힘든 행동을 한 사람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그럴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책임감없는 태도입니다. 즉, ‘그럴 수 있다.‘라는 말은 누가 어떤 상황에서 말했는가에 따라 그 의도나 의미는 완전히 다르게 해석됩니다.
또 다른 ‘그럴’이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 입니다.
C사업부는 평균 100억원의 월 매출에 영업이익률 10%, 즉 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사업부입니다. 대형 고객사의 이탈로 지난 달에는 매출이 70억원으로 줄었습니다 그렇지만 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어 영업이익률 10%를 유지했습니다. 어떻게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사업부장은 ‘전 직원이 모두 열심히 했습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합리적인 CEO라면 ‘정말 그럴까?’ 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매출액이 30%나 감소했는데 영업이익률의 변화가 전혀 없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라면 매출의 내용과 회계 처리에 대해 합리적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김 대표는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리더라면 구성원의 행동과 생각에 대해서는 일단 ‘그럴 수 있겠네.’ 하는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하겠구나. 반면에 자신의 행동이나 나태함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다.’ 고 합리화하는 태도를 버려야 하겠지. 또한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일이나 합리적이지 않은 설명에는 ‘정말 그럴까?’ 하는 의문을 갖고 대답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고.’
김 대표는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이 팀장에게 이 ‘그럴’의 세 가지 사용법을 들려주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슬며시 미소를 지었습니다.
박찬구 코치 드림
chankoo.park@parkjam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