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8 (2025. 06. 10)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세째, 하나 마나한 말은 하지 않습니다.
어느 나라의 국가 원수가 한국을 방문하면서 그 나라의 진기한 물건을 그룹에 선물했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회장실 임원들에게 회장이 혼잣말 하듯이 물었습니다.
“한국에 다른 회사도 있는데 그 나라는 왜 하필 우리 회사에 저 진기한 선물을 했을까?“
“그야 우리가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이니 그렇지 않겠습니까?“ 회장실 스탭인 A상무가 대답했습니다. 너무 뻔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간 회장이 말했습니다.
“A상무, 당신은 어떤 여자가 당신을 좋아하는데 왜 좋아하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회의실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게 녹음으로도 느껴졌습니다. 듣던 저는 배를 참고 한참 웃었습니다.
회장이 참석하는 회의지만 용비어천가도 없고 덕담도 없었습니다. 하나마나 한 알맹이 없는 말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회의는 해야 할 일에만 집중했습니다. 한마디로 '택도 없는 소리는 하지 마라' (Only the no-nonsense is allowed.)는 분위기였습니다. 일하는 사람끼리 인사치레나 덕담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관계 중심이 아닌 일 중심의 조직 문화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A상무는 나중에 사장까지 하기는 했지만 오래 하지는 못했습니다.
네째, 전략적으로 소통합니다.
어느 계열사 사장과 임원이 회장께 보고하는 자리였습니다. 녹음기가 회의 이전부터 돌아가고 있었는지 회의를 준비하는 참석자들의 대화가 들렸습니다.
"어? X프로젝트 먼저 보고하는 거야? Y프로젝트를 먼저 보고하는 게 낫잖아?"
“X부터 보고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아냐, 내 생각에는 성과가 있는 Y부터 하는 게 맞아."
몇 사람의 의견이 설왕설래했습니다. 보고 자료를 브리핑 보드로 만들어 샘플과 같이 보고하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Y를 앞에 놓기로 했는지 브리핑 보드와 샘플을 옮기느라 어수선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윽고 회장이 회의실에 들어왔습니다. 보고자들은 보드 순서대로 설명하는 듯했습니다. 회장은 들으면서 간단한 질문만 했습니다. 보고가 끝나고 모두 자리에 앉았고 회장이 말씀을 시작했습니다.
"내가 오늘 괌(고함) 좀 지르려고 했는데 Y프로젝트를 잘 해서 참았다."
이후 추가 설명과 토의가 이어졌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회장이 먼저 나갔습니다. 회장이 나가자마자 "거 봐, 내가 Y 먼저 하자고 한 게 맞았잖아. 성공했어. 하하하…"
다들 싱글벙글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했습니다. 나중에 고위공직자 되셨거나 다른 회사 가서 회장하신 높은 분들도 회장한테 야단 안 맞았다고 좋아했습니다.
대화하거나 보고할 때 좋은 소식(Good News)을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는 설도 있고 나쁜 소식(Bad New)를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는 설도 있습니다. 정답은 없고 그때그때 다른 것 같습니다. 내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보고 받는 분의 그날 기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날 상황에 따라 소통 전략을 세울 따름입니다. 요령 좋은 과장급만 이렇게 하는 줄 알았는데 역시 고위 임원들은 노련했습니다.
정리해 놓고 나니 이 네 가지 중에 뭔가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소통할 때 신경 쓰는 포인트들입니다. 우리는 항상 비법이나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찾습니다. 사실 몰라서 못하는 것은 없습니다. 실행이 어려울 뿐입니다. 고위 경영자들의 대화에서 배웠던 것은 제가 모르고 있었던 새로운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실행하는 힘’인지도 모릅니다. 뛰어난 회사나 스마트해 보이는 개인이라고 별 다른 게 있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그냥 실행할 뿐입니다.
박찬구 코치 드림
chankoo.park@parkjam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