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표는 생산에서 30년 가까이 경력을 쌓은 후 CEO로 승진했습니다. 새내기 CEO인 A대표의 하루하루는 긴장의 연속입니다. 회장 보고도 아직 익숙하지 않고 대표이사로서 만나야 할 외부 인사도 많습니다. 재무나 법무 같이 분야는 생소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A대표에게도 에너지 레벨이 급상승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자신이 성장한 생산본부의 보고를 받을 때입니다. 오늘은 공장 증설안에 대한 보고입니다. 회의 자료를 대충 훑어보니 증설 규모에 대한 문제점이 바로 보입니다. A대표는 담당 팀장의 발표를 끊습니다. ‘마, 됐고!’ 일장 연설을 합니다. 후임 생산본부장을 건너뛰고 팀장들에게 할 일을 지시하고 회의를 끝냅니다. ‘내가 떠나니 엉망이 되었구나. 아, 나는 역시 뛰어난 공장장이었어.’ 하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B대표는 글로벌 회사에서 마케팅으로 잔뼈가 굵었습니다. 지금의 회사로 옮기고 몇일 후 마케팅 관련한 보고를 받게 되었습니다. 보고한 부서의 부서장과 직원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결론을 이야기하지는 않고 ‘대표님이 결정해 주십시오.’ 하고 지시를 기다렸습니다. B대표는 순간 망설였습니다. 그는 실무에 손 놓은 지 오래 되어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부서장을 중심으로 결론을 내고 실행에 옮기라고 하면서 회의를 마무리했습니다.
B대표는 자신이 아는 척하거나 결론을 내고 지시하면 앞으로 직원들이 자신만 쳐다볼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에 직원들이 새로운 일하는 방법을 보고하면 잘 모르는 척하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사실 알고 있는 기법일 때도 있었습니다.
리더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해 주면 일이 더 빨리 진행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당장은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리더가 결정하고 지시하면 직원들이 고민해서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지 않습니다. 실력이 늘지 않지요. 길게 보면 손해입니다.
잘 아는 업무에 대해서는 리더는 할 말이 많아집니다. 회의 시간도 늘어납니다. 유능감이 충족되기 때문입니다. 유능감(有能感)이란 ‘어떤 일을 남보다 잘 하는 느낌’을 말합니다. 유능감은 자신감을 불어넣고 동기를 부여하는 에너지 드링크입니다.
그렇지만 지나친 리더의 유능감은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리더의 유능감은 구성원의 유능감을 억누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잘 아는 리더 앞에서 구성원은 말을 꺼내기가 두렵습니다. 나의 무능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즉, 리더의 유능감은 구성원의 심리적 안전감(安全感)을 위협합니다. 리더는 자신의 유능감을 거두어 들이고 구성원의 유능감을 자극해야 합니다. 리더는 유능감을 인정받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유능해서 리더가 되었으니까요.
박코치는 B대표에게 CEO로서 힘든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인내심입니다.”
“어떤 때 인내심을 발휘하셔야 합니까?”
“아는 것도 모르는 척해야 할 때입니다.”
나의 유능감을 억누르고 모르는 것을 부하들에게 질문하십시오. 상사의 질문에 답하는 부하의 유능감이 자극될 것입니다.
박찬구 코치 드림
chankoo.park@parkjam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