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임원을 코칭할 때 제가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자신이 경영자라고 생각하십니까?’
많은 분들이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립니다. 머뭇거린 이유를 물어봅니다. CEO나 사업부장쯤 되어야 경영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 막 임원이 되었으니 경영자라는 말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는 ‘경영자’라는 단어를 참 좋아합니다. 자기 소개를 할 때 CEO를 지냈다고 하지 않고 경영자로 일했다고 말합니다. 경영자라는 단어를 말할 때 뿌듯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직업을 칭하는 단어를 갖고 있다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소설가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고 건축가는 집을 짓는 사람이고 코치는 코칭을 하는 사람입니다. 일은 자신의 정체성입니다.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을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회사원? 회사원은 회사라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을 뜻하는 단어이지 자신이 하는 일을 지칭하는 말은 아닙니다. 요즘은 달라졌습니다만 과거에는 특정 직무의 구성원을 지칭하는 단어를 별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기껏해야 영업사원이나 연구원 정도였지요.
임원이 되고 나니 주위에서 경영자라고 불러 주더군요. 어느 회사의 임원이라는 호칭은 그 회사를 떠나면 더 이상 의미가 없지만, 경영자는 직장과 상관없이 불릴 수 있는 호칭입니다. 평생 가져 갈 호칭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흐뭇했습니다.
제가 경영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던 계기는 한때 모시고 일했던 회장님의 말 습관 덕분이었습니다. 그 분은 ‘경영’이나 ‘경영자’라는 말을 좋아했습니다. ‘경영자라면’ 해야 하는 일이 대해 버릇처럼 자주 말했습니다. 그리고 가끔 합리적이지 않은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하는 임원에게 조용히 한 마디 하셨습니다.
‘이 사람아, 그건 경영이 아니지.’
참 무서운 질책이었습니다. 경영하는 사람에게 경영이 아니라니요.
그러면 경영자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경영자는 어떻게 일하는 사람일까요?
저는 경영자는 무엇보다 회사 전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회사 전체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팀원은 자신의 일을 하고, 팀장은 팀의 일을 하지만 임원은 자신이 맡고 있는 부서나 사업부의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라고 임원을 시킨 것이 아닙니다. 임원은 회사 전체를 보는 시선으로 자신의 사업부를 바라보면서 일하라고 임원의 직급을 준 것입니다.
‘회사 전체의 관점‘에서 일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으로 나타나야 할까요?
대부분 회사는 월초에 지난 달의 실적을 점검하는 경영회의를 합니다. 이때 회의 주관부서에서 배포하는 자료에는 각 부서별 실적과 주요 진척 사항이 담겨 있습니다. 참석한 임원은 자신의 부서의 실적과 활동을 발표합니다. 제가 코칭했던 A대표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A대표는 경영회의 때 자신의 자리 근처에 앉은 B상무가 들고 온 회의자료에 우연히 눈길이 닿았습니다. B상무는 주관부서가 나눠준 회의자료에서 자신의 사업부의 내용이 담긴 부분만 잘라서 가져왔습니다. 그는 자신의 차례에 발표를 한 후 다른 부서의 발표를 제대로 듣지도 않고 수첩에 낙서만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A대표는 B상무는 높은 성과를 내는 임원이었지만 더 이상 승진시키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경영자라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일이 아닌 다른 부서나 사업부의 일에도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다른 부서의 문제도 같이 걱정하고, 의견을 내고,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고민하다 보면 자신의 부서가 손해가 보는 의사결정도 기꺼이 받아들이게 됩니다. 임원회의는 각 임원의 CEO에 대한 일대일 보고의 합이 아니라 모든 임원의 라운드 테이블이 되어야 합니다. 많은 조직에 자신의 부서가 아닌 일에 의견을 말하는 일을 남의 일에 ’입을 댄다‘고 여기는 풍조가 있습니다. 남이 아닙니다. 집안이 잘 되려면 형제, 자매를 도와주고 잔소리를 하듯이 다른 부서가 잘 되어야 회사가 잘 됩니다.
임원이라면 경영자의 눈으로 일해야 합니다. 회사 전체의 관점에서 일해야 합니다. 다른 부서 일에 관심이 없는 자는 직급이 임원일 뿐 경영자는 아닙니다.
박찬구 코치 드림
chankoo.park@parkjam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