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프로 축구팀은 자기 팀의 선수를 ‘임대’하기도 합니다. 슬럼프에 빠졌거나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를 일정 기간 다른 구단에 빌려주는 것이 임대입니다. 영어로 ‘Loan’이라고 합니다. 임대 선수는 이적료 없이 급여만 지급하면 되고, 이 급여도 원 소속팀에서 부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임대간 팀이 같은 리그인 경우에는 원 소속팀과의 경기에는 출전할 수 없다는 조항이 삽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승부조작의 의혹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성용 선수도 스완지지 시티 AFC에서 설 자리를 잃고 선덜랜드 AFC로 1년간 임대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선수 임대에는 장점이 많습니다. 선수를 임대해 준 팀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임대 받은 팀은 약한 포지션을 보강할 수 있고, 선수는 출전할 기회를 얻거나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대 기간이 끝나면 선수는 원 소속팀으로 복귀하기도 하지만 임대 갔던 구단에 정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업에서 자기 회사의 구성원을 다른 회사에 임대하는 일은 없습니다. 비슷한 것을 찾는다면 다른 부서에 보내서 일정 기간 일하게 하는 ‘파견’이 있습니다.
A상무 부서의 B대리는 C팀으로 옮기고 싶어했습니다. 그런데 A상무가 보기에 B대리와 C팀의 업무는 잘 맞지 않고, B대리는 C팀 업무의 실상을 잘 모르면서 막연히 옮기고 싶어하고 있었습니다. 몇 번 설득했지만 B대리는 그래도 옮기고 싶어했습니다. A상무는 일정 기간 C팀에 파견 근무를 해 볼 것을 제안했고, B대리도 동의했습니다.
A상무는 C팀을 관장하는 D상무를 만났습니다. 회사의 규모가 커서 임원이라고 서로를 잘 아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초면이나 마찬가지인 D상무를 만난 A상무는 B대리를 C팀에 6개월간 파견하겠으니 받아줄 것을 제안했습니다. B대리의 근무 성적과 강약점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었습니다. D상무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사람이 부족한데 인건비 부담 없이 사람을 받을 수 있고,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면 파견 기간 후에 돌려보내면 되니까요.
“B대리는 어떻게 되었습니가?” 코칭 중에 제가 A상무에게 물었습니다.
“일을 곧 잘 해서 C팀에서는 받고 싶어했습니다. 그런데 B대리가 계속 있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생각했던 것과 달랐던 거지요. 돌아왔습니다.”
“파견 갔던 팀에 잘 적응해서 아예 옮긴 경우도 있습니까?”
“물론이죠. 우리 부서의 업무에 잘 적응하지 못해서 제가 옮겨 볼 것을 제안한 경우였습니다. 불안해하길래 해당 부서에 파견을 보냈다가 잘 정착했습니다.”
“다른 부서는 사람이 없어서 난리인데 상무님은 부서원의 부서 이동 희망에 대해서 관대하시네요.”
“조직 구성원은 업무를 통해 성장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하는 일에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사람을 데리고 있어봐야 서로 좋을 게 없습니다. 우리 부서에 오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 받아서 키우면 됩니다. 다른 부서에 갔다가 몇 년 후에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험을 쌓고 오는 거지요. 길게 보는 게 남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신입사원 때 연구원으로 시작했던 저도 사실 기획팀에 파견을 갔다가 주저 앉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원해서 파견을 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는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으면 소속부서와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불려가는 분위기였습니다. 기획팀에서 일해 보니 일은 재미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기획 업무를 하는데 필요한 업무 지식이 부족했습니다. 부족한 업무 역량을 채우려고 이리저리 관심을 갖다가 회사를 떠나 경영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이후에는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결국 저는 회사를 떠나고 16년이 흐른 뒤에 대주주가 바뀐 회사에 임원으로 돌아와 CEO가 되었습니다. 그때 파견의 기회가 없었다면 저는 연구원으로 성장했을 겁니다. CEO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건 모를 일입니다. 그렇지만 파견과 그 이후에 넓힐 수 있었던 지식과 경험 덕에 CEO로 일하는데 도움이 된 것은 확실합니다.
임대나 파견은 구성원에게 일종의 리셋의 기회를 주는 일입니다. 현재 업무의 압박이나 관계의 피곤함에서 벗어나거나 해 보고 싶은 일을 할 기회를 얻음으로써 구성원을 새로 태어나게 하는 일입니다.
박찬구코치 드림
chankoo.park@parkjam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