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잘못되어 재발송합니다)
지금은 코치이지만 저도 CEO였을 때 코칭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제 코치는 글로벌 회사의 고위 경영자를 지내신 분으로 제가 일하던 회사의 업종과 기술에 대해서도 해박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코칭을 받던 중에 회사가 큰 위기에 빠졌습니다. 지주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우리 회사는 재무적으로 문제도 없고 영업도 순조로웠지만, 이해관계자들은 회사에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몇몇 은행은 대출을 회수했고, 원료 공급선은 원료의 출고를 중단했고, 증설 공사를 하던 협력사는 공사를 중단하고 철수했습니다. 직원들은 불안해했고요.
상황이 발생하고 몇일 후에 코칭 세션이 있었습니다. 코치는 언론을 통해 이미 상황을 알고 있었습니다. 코치가 제게 물었습니다.
“박 대표님, 요즘 어떠십니까?”
“정신없이 보내고 있습니다.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럽습니다.”
“그렇군요. 이럴 때 CEO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무엇보다 직원들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에게 임원과 부서장을 통해서도 이야기했지만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서 제가 직접 직원들에게 보낼 이메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노조와도 자주 만나고 있습니다.”
“또 무엇을 해야 할까요?”
“협력업체에는 말로만 안심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협력업체에 대한 결제일을 철저히 지키려고 합니다. 자금 사정이 아직은 괜찮습니다.”
“또 무엇을 해야 할까요?”
코치와의 대화는 이렇게 계속 이어졌습니다. 대답을 하다 보니 제가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이었던 일들 뿐만 아니라 질문을 받기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할 일까지 생각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CEO가 나서야 할 일이 정말 많더군요.
그렇게 ‘또 무엇을 해야 할까요?’를 몇 번 반복한 후에 코치는 말했습니다.
“대표님, 지금까지 말씀하신 일을 하십시오.”
컥… 그게 끝이었습니다. 코치는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저는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제가 생각해 보지 못했거나 놓친 할 일을 몇 가지 가르쳐주나 했는데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이후에 저는 코치에게 이야기했던 제 할 일을 모두 수행했습니다. 적어 놓지는 않았어도 제 머리속에는 할 일이 생생하게 남아있었습니다. 코치와의 대화는 제가 할 일을 정리해 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몇 년 후에 코치가 되는 교육을 받으면서 저는 좋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질문에는 답이 따라옵니다. 좋은 질문은 생각하게 만들고, 대답을 하면 행동하게 됩니다. 대답은 질문이 있어야 존재하니 질문이야말로 힘이 있습니다.
구성원에게 질문하십시오. 대답할 것입니다. 구성원의 대답은 자신의 생각이 됩니다. 지시하지 않아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계속 질문만 하면 심문으로 느껴집니다. 그럴 때는 구성원의 대답을 앞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적으십시오. A4지 한 장 꺼내서 적으셔도 좋습니다. 그래서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을 일종의 브레인스토밍으로 만드십시오.
이후로 저는 코치가 했던 질문 ‘지금 CEO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를 항상 품고 살았습니다. 그 질문은 저를 깨어 있게 하고 집중하게 했습니다.
박찬구 코치 드림
chankoo.park@parkjam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