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TV 드라마에 실망할 때가 많습니다. 현실감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직장을 다녀 본 적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취재도 부족한 것이지요.
현실감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것이 드라마에 나오는 기획실입니다. 드라마상의 거의 모든 기업 오너의 자제는 입사하면서 기획실에 배치됩니다. 현실에서도 그런 경향이 있기 때문에 거기까지는 봐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너의 자제가 일하는 기획실은 만능입니다. 영업도 하고 재무도 하고 심지어 생산도 합니다. 회사의 거의 모든 일을 합니다. 작은 회사도 아니고 큰 회사에서 말이죠.
그래도 고증이 잘 된 작품은 2014년에 방영된 ‘미생’입니다. 사무실 세트도 제대로 꾸몄고 캐릭터도 회사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어서 그럴 듯했습니다. 옥의 티가 보이기는 했습니다만, 원작인 웹툰 작가의 철저한 취재 덕에 디테일이 훌륭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는 ‘기업소설’이라고 불린 대중소설 장르가 있었습니다. 기업을 음모와 배신과 불륜이 난무하는 곳으로 그렸습니다. 현실에서 전혀 없다고는 할 수는 없겠지만 황당한 설정이 많았습니다. 이런 책은 술술 잘 넘어갑니다. 사원 시절에 새마을호 타고 출장 갈 때 손에 잡으면 내리기 전에 다 읽었습니다.
오늘은 기업과 직장에 대한 디테일이 뛰어난 책, 아니 작가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장류진이라는 소설가입니다. 좋아하는 작가라서 새 작품이 나오면 반드시 찾아 읽습니다. 그의 대표작은 소설집으로 ‘일의 기쁨과 슬픔’, ‘연수’가 있고 장편소설로 ‘달까지 가자’가 있습니다. 작가는 10년간 판교의 IT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작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어느 평론가는 장류진의 소설을 ‘회사 소설’이라고 부르더군요. 저는 ‘직장인 소설’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모두 평범한 이삼십대 직장인입니다. 워라밸을 찾는 스타트업의 막내, 회장에게 찍힌 직원, 처음 집을 사는 백화점 매니저, 계약직으로 일하다 처음 정직원이 된 중고신입 등 다양한 직장에서 일하는 다양한 상황에 놓인 직장인들입니다. 회사 생활의 디테일이 살아 있습니다.
작가의 작품은 기업 내의 정치와 흥망보다는 젊은 세대 직장인의 생활과 고민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품의 주인공들은 이 뉴스레터 독자 여러분의 부하 직원입니다. 책을 읽어 보시면 그들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실 것입니다.
박찬구 코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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