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영업을 맡고 있는 A상무를 코칭한 적이 있습니다. 상사인 B부사장이 A상무에게 코칭을 권했습니다. B부사장이 코칭을 권한 이유는 A상무가 맡고 있는 부서의 구성원과 인사부서와의 면담에서 A상무의 부정적인 행동이 여러 번 언급되었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A상무는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분이었습니다.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구성원을 몰아부치는 리더였습니다. 부하 직원 앞에서 책상을 치거나 소리도 지르면서 혼을 쏙 빼놓는 상사였습니다. 반면에 A상무는 소위 뒤끝은 없었고 부하 직원들을 끔찍하게 아꼈습니다. 혼을 낼 때는 내지만 업무와 노하우를 가르쳐주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마음으로부터 돌보아주는 상사였습니다. 그렇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목표 의식을 유지하기 위해서 약간의 큰 소리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열혈 영업맨이었습니다.
A상무는 인사부서와 면담을 하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언급한 직원은 자기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의 직원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누가 올렸느냐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A상무가 리더로서 성장하기 위해 바람직한 리더십 스타일을 고민해 볼 기회였으니까요.
“상무님이 리더로 성장하면서 롤 모델이 되었던 상사는 어느 분입니까?”
“제 상사인 B부사장님입니다. 제가 신입으로 입사했을 때 같은 부서의 과장님이셨습니다”
“오랜 동안 같이 일하셨군요. B부사장님은 어떤 리더였나요?“
“호랑이 중의 호랑이 같은 상사이셨지요. 일에 대해서는 말도 못하게 엄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비교도 안 되게 쎄셨습니다.“
“성품이 불끈불끈하셨나 보네요. 지금은요?“
“지금은 점잖으시죠. 하하하“
“어떻게 그렇게 점잖아지셨을까요? 점잖아지신 계기가 있나요?”
“영업부문장에 부사장이신데 당연한 거 아닐까요?”
“그럼 상무님이 앞으로 영업부문장이 되신다면 어떤 리더가 되고 싶으세요?“
생각에 잠겨 있는 A상무에게 말했습니다.
“B부사장님은 팀장이 되고 임원이 되면서 불끈하는 기질이 없어졌을까요? 아마 지금도 속으로는 불끈하고 있을 거 같습니다. 상무님, 리더가 된다는 것은 ‘척’하는 일에 익숙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리더는 ‘척하면서 삽니다. 화가 나지만 화가 나지 않은 척 하기도 하고, 그냥 넘어갈 만한 일이지만 부러 크게 화난 척하기도 합니다. 신입사원의 앞뒤 안맞는 아이디어에도 크게 ‘잘 했다.’ 하고 격려해 줍니다. 왜 리더는 ‘척’하는 걸까요? 굳이 그 이유를 말씀드리지 않아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알고 계실 겁니다.
리더는 가면을 쓰고 삽니다. 사장님 앞에서는 일처리에 빈틈없는 부서장의 가면을 쓰고, 구성원 앞에서는 엄하면서 따뜻한 선배의 가면을 쓰고, 고객사 앞에서는 시원시원하지만 손해보려고 하지 않는 장사꾼의 가면을 씁니다.
‘척‘하면서 살거나 가면을 쓰고 사는 일이 부정적으로 들린다고요? 그렇지만 모든 사람은 ‘척’하며 살고 있고 가면을 쓰고 살고 있습니다. 그것도 여러 개의 가면을 돌려 가면서 쓰고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는 회사원의 가면을 쓰고,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아빠와 엄마의 가면으로 바꿔 씁니다. 가끔 저는 가면을 바꿔 쓰지 않고 딸과 이야기하다가 ‘사장님, 아직 퇴근 안하셨나 봐요.‘ 하고 핀잔을 듣기도 했습니다.
리더가 되는 일은 가면을 빠르게 바꿔 쓰거나 ‘척’하는데 익숙해지는 일입니다. 그렇게 ‘척‘하다 보면 ’척‘이 편해집니다. 다른 가면을 수시로 바꿔 쓰다 보면 각각의 가면의 역할에 익숙해집니다.
박코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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