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58. (2026. 10. 27)
경영자 코칭은 계절성(seasonality)이 큰 비즈니스입니다. 농사와 비슷해서 겨울에는 코칭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의 고객사가 연말 인사 발표 전에 모든 임원 코칭을 마무리하고, 다음 해 봄에 새해 코칭을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기업의 임원 인사철은 11월에서 12월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보다 빠르게 9월말에 대부분의 코칭이 완료되었습니다. 인사철이 점점 빨라지고 있나 봅니다.
‘인사철‘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임원 인사철과 직원 인사철은 시기나 내용이 약간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임원 인사철을 대해 이야기합니다) 인사철이란 신임 임원 발표, 임원 승진과 함께 조직을 개편하는 기간을 말합니다. 물론 임원 퇴임도 포함됩니다.
인사철은 왜 있을까요? 즉, 왜 우리 기업들은 연말에 몰아서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하는 걸까요? 몰아서 하는 장점은 무엇일까요? 몰아서 하지 않고 그때 그때 인사를 하면 어떨까요? 11월에서 12월의 ‘인사철’은 두 가지 문제가 야기합니다.
첫째, 새로 임명된 임원은 자신이 세운 목표가 아니라 전임자가 세운 목표와 계획을 실행하게 됩니다.
대부분 기업은 임원 인사를 연말, 즉 4분기에 발표합니다. 이는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기간과 겹칩니다. 사업 계획은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빠르면 8월, 늦어도 10월에 시작해서 연말 이전에 끝냅니다. 임원 인사가 연말에 발표되면 열심히 사업계획을 마무리하던 중에 다른 부서 이동이나 퇴임을 통보받는 임원이 생깁니다. 그러니 후임자가 계획의 숫자나 내용을 대폭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후임 임원은 부서를 맡은 첫해 내내 ‘내가 세운 목표가 아닌데…’ 하면서 한 해 살림을 살게 됩니다.
둘째, 미래를 위한 조직의 변화가 인사철까지 늦어집니다.
리더를 바꾸거나 조직을 개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과가 나지 않거나 미래를 위한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확신은 연말에만 일어날까요?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납니다. 따라서 인사와 조직 개편을 몰아 두었다가 연말에 하는 것은 당장 필요한 변화를 연말까지 미루는 것과 같습니다.
그럼 인사철 없이 수시로 인사를 하거나 조직을 바꾸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경영진과 인사부서의 고민과 일이 많아집니다. 임원 한 사람이 퇴임하게 되면 다른 임원이 그 자리를 맡거나 외부에서 영입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적임자가 팀장급에 있다면 승진 인사도 해야 합니다. 누가 맡느냐에 따라 산하 부서의 이동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조직표의 박스만 옮기면 되는 게 아닙니다. 전산도 바꿔야 하고 예산도 조정해야 합니다.
또한 수시로 인사와 조직 개편을 하면 조직의 안정감이 낮아집니다. 지난 달에도 임원 한 분이 그만 두었는데 이 달에도 다른 분이 그만 둔다면 회사는 어수선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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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CEO가 된 해의 일입니다. 6개월쯤 지나고 계속 같이 일하기 어렵겠다고 판단되는 임원이 있었습니다. 퇴임 시점이 고민되었습니다. 그룹 회장께 다른 보고를 드리다가 물었습니다.
“회장님, A상무와 B상무를 퇴임시키려고 합니다. 그런데 연말까지 기다렸다가 통보를 할지, 지금 통보를 할지 고민입니다.”
회장님은 한동안 저를 물끄러미 보다가 물으시더군요.
“박 대표, 아닌 사람인 걸 알면서 연말까지 같이 일할 거야?”
“잘 알겠습니다.”
다음 날 A상무와 B상무에게 퇴임을 통보했습니다. 두 사람은 많이 놀랐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인사 발표가 있었으니까요. 임직원들도 긴장하는 눈치였습니다. 임원이 언제 그만 둘지 모른다면 그들에게도 언제나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게 되니까요.
퇴임 처우에 대해 가능한 배려를 했습니다만, 두 사람에게 미안했습니다. 통보하고 나서도 그냥 연말에 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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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 ‘그래서 어쩌라구?’ 하실 겁니다. 연말 인사와 수시 인사의 단점만 이야기했으니까요. 성과와 조직관리 측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CEO라면 그때그때 하는 것이 좋을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떠나는 사람을 배려한다면 연말에 몰아서 발표해 주는 것이 충격이 덜합니다. CEO 입장에서도 이런 머리 아프고 가슴 아픈 고민을 일 년에 몇 번 하는 것보다 한 번에 몰아서 고민하는 게 낫습니다. 그래서 인사철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결론을 내거나 무엇이 더 좋다고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글이 길어져 소고(小考)가 장고(長考)가 되었습니다